육소봉지 봉무구천

하늘과 땅 사이에

사랑은 아지랑이 같은 것

 

시련과 좌절은

꿈인 양 침묵만이 흐른다

 

간밤에 그대는

내 곁에서 순간에 사라지고

 

그리움은 정녕

끝이 없는 애증의 연속인가

 

정처 없이 헤매며 칼날에 목숨을 건다

사랑과 미움은 모두 부질없는 것

정처 없이 헤매며 칼날을 쫓아간다

사랑과 미움은 모두 부질없어라

봉      
제 15 화

봉 무    
제 15 화

봉 무 구  
제 15 화

봉 무 구 천
제 15 화

 

아니.. 어떻게 된 거지?

금방 따라온다고 해놓고 왜 안 오지?

이럴 줄 알았다면 기다렸다
같이 오는 건데..

 

할아버지, 빨리 오세요.. 빨리..

이게 다 너 때문이야

 

뭐 하는 거야?

할아버지가 없는데 어쩌지?

 

움직이면 죽여버릴 거야

 

손을 잡아

 

꽉 잡아

 

어디 갔지? 내가 떠날 땐 있었는데

어쨌든 꼭 찾아낼 거야

 

잠깐만..

 

밀실이 또 하나 있어
바로 이 쪽이야

 

저것 봐

 

봐

 

죽은 지 반 시진이 됐어

-우숙이야?
-그래, 무공이 아주 고강했어

단예를 가르쳤을 거야

그를 죽인 사람은 무공이 더 세겠군

 

왜 그래?

 

이상하지 않아?

여러 군데 상처를 입었지만
치명상은 가슴의 상처야

 

상대가 어느 쪽에서 공격하든
오른손을 높이 들 리가 없는데

 

우린 잘 살피지 못했어

 

이게 뭐지? 고과 같은데

 

할아버지..

 

할아버지!

 

괜찮아?

왜 이래?

발을 다쳤어, 날이 밝으면
내가 데려다줄게

걱정할 것 없어

 

네가 아니었다면 지금쯤
집에 편히 있었을 거야

너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 거야

 

억지 부리지 마

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지?
네 할아버지가 날 가둔 거야

 

발을 다쳤지만 버려 두고
떠나려 했어

하지만 여긴 외지고 산적들도 많아서..

그냥 놔두고 가면 넌 끝장이야

 

날 겁주지 마

검으로 날 찌르려할 때
배짱이 좋은 줄 알았어

 

할아버지가 무공을 전수했다면
넌 분명 내 손에 죽었을 거야

 

왠지 모르겠어..

 

우숙이 날 오래 가뒀지만
그를 증오한 적이 없었어

 

그가 지켜주지 않았다면
난 벌써 죽었겠지

 

그래도 양심은 있네

 

아까 악몽을 꿨어?

 

어떻게 알았지?

 

꿈속에서 누구를 몹시
걱정한 것 같은데

그게 사랑하는 사람인가?

아니면 할아버지였나?

사랑하는 사람을 왜 걱정해
그 사람이 날 걱정해 줘야지

 

걱정하지 마, 내일 아침이면
할아버지와 만나게 될 거야

 

헌데 왜 아직도 오지 않지?

전엔 이러지 않았어

약속한 걸 꼭 지켰어

 

저.. 이러지 말아

 

꿈이 너무 무서웠어

 

혹시 무슨 일을 당한 게..

그럴 리 없어, 할아버지는 워낙
무공이 고강해 자신을 지킬 거야

난 일찍 부모를 잃고
할아버지만 의지해 왔는데..

나 혼자선 못 살아

 

사실 나도 고아야

 

어려서 부모를 잃고..

 

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
기억이 안 나

 

할아버지는 그들에 대해
잘 알 거라 생각해서

물어보면 늘 입을 다물고
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어

 

난 매일 밤 어두운 그 밀실에 갇혀서

그들을 생각할 때마다
머리가 몹시 아팠어

 

아니.. 왜 그래?

괜찮아

 

이젠 만성이 됐어

 

사실 난 결의를 맺은 친구가 있었어

서문취설이라는 사람이야

 

서문취설을 알아?

 

헌데 많은 사람들이
우리 사이를 가로막았어

 

난 그저 친구를 사귀고
싶었을 뿐인데

 

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
나한테는 그게 사치였어

 

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야

 

너도 친구를 가질 수 있어

 

오늘부터 이 우소봉이 네 친구가 되줄게

 

정말?

 

방금 뭐랬어?

 

너랑 친구가 되겠다고

그게 정말이야, 소봉?

왜 거짓말을 하겠어?

그래, 소봉은 거짓말을 안 할거야

 

친구가 생겼다고 모두에게 알릴 거야

 

나도 친구가 생겼어

 

친구가 생겼다

 

할아버질 만나면 곤란하니
혼자 들어가

내게 무공을 가르쳐줬지만
날 십여 년 넘게 가둬놨어

알았어, 어서 떠나

육소봉과 서문취설이 곧 이리로 온댔어

그들에게 당하면 안 돼

 

다시 만날 수 있을까?

물론이지! 우린 배에서
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잫아

 

넌 정말 좋은 친구야

너도 좋은 친구야

넌 그냥 친구일 뿐 아니라..

 

엄마 같아

 

내가 왜 엄마야?
그럼 젖을 먹여줄까?

아..아니야..

너무 고맙다는 걸 어떻게 표현할지..

 

그냥 농담을 한 건데 되게 당황하네

 

소봉! 소봉..

어딜 갔었어?
할아버지가 변을 다했어

 

무슨 말이야?

육소봉이 돌아왔는데
할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했어

널 찾을 길이 없어서
우숙을 그냥 묻어 줬어

 

할아버지

 

죄송해요 임종도 지켜보지 못하고..

 

누가 할아버지를 죽였죠?

 

꿈에 나타나 말해주면
꼭 제가 복수할 게요

 

할아버지!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..

 

할아버지

 

육소봉이 너무 슬퍼하지 말래

 

할아버지를 해친 자를 찾아가겠대

 

갑자기 다시 나타났는데 혹시
그가 우숙을 죽인 게 아닐까?

그럴 리가 없어

주색을 좋아하지만 나쁜 짓은 안 해

절대 그럴 리 없어!

 

우숙의 죽음은 나와 유관할 거야

네가 단문의 후손이라고?
왜 이제야 나타났지?

제발 좀 조용히 해!

- 하지만 단예는..
- 그만 하라니까!

 

그래 실컷 울어, 울고 나면
마음이 좀 개운해질 거야

 

정말 재수가 좋군

이 벽로차는 5백 근 중에서
최상품 열 근을 골라낸 거야

황제께 진상할 거지

황제?

그럼 황제가 마실 것을
마시고 있는 거네

대역죄가 될 텐데..

 

걱정말아, 이건 열한 근 째 추려낸 거야

진상품과 똑같지

마셔볼까?

 

역시 맛있군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가 봐

 

이렇게 작은 사찰을 찾아온 건
차를 마시기 위한 게 아닐 테지?

 

물론 차를 마시려고 일부러 온 건 아니네

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

 

6계에 관해서 물어보려고 온 거야

 

6계?

 

그거 뜻밖인데

주색을 쫓던 육소봉이
불문에 귀의하려고?

 

내가 불제자가 되면 많은 낭자들이
상심해 자결할 거니

그거야말로 죄악이지

그건 안 되지.. 아미타불..

 

좋아, 좋아 역시 육소봉답군

불문으로 끌어들이려 해도
내 실력으로는 어림 없고

진짜 끌어들인다면 이 절을
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릴 걸

 

내가 6계에 대해 알려는 것은..

최근 강호에서 일어난 살인이
6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야

 

내 추측이 맞다면 또한
단예와도 관련이 있어

 

단예는 불제자가 아닌데
왜 6계와 관련이 있지?

 

알다시피 단예는 미치광이잖아

어디서 이상한 걸 주워 듣고..

나름대로 정의를 내려
살인을 했을 수도 있지

 

아미타불..

 

그렇다면 큰 죄악이지

 

그 미치광이는 서문취설의 아내 외에

자신을 보살펴준 노인까지 죽였어

다행히 나한테 붙잡혔지만..

 

잘 됐군, 이젠 살인을 하지 못할 테니..

헌데 지금 어디 있지?

잘 가둬놨는데 어떻게 처리할지
결정을 못했어

 

그는 악행을 저질렀지만
본성은 악하지 않을 거야

 

대라금감경을 들으면
마음을 씻을 수 있을 걸세

 

철저히 깨우치지 못한다 해도
평온을 찾는데 도움이 될 거야

날 그에게 안내하면
최선을 다해보겠네

 

맞아, 그를 죽이는 것보다
뉘우치게 하는 게 낫겠지

 

아미타불.. 선재 선재..

 

차를 마시고 나서 바로 출발하세

 

단예는?

 

도망갔나봐, 내 실수야
혼자 여기 놔두는 게 아닌데

 

아미타불..

 

다신 살생을 하지 않길 바라는 바이네

 

사공적성이 발견한 밀실인데

단예는 여기에 십 몇 년 동안
갇혀 있었대

 

화만루의 말론 단문은
강호의 명문이었다더군

 

장주 단경뢰는 절세무공을 지녔는데..

이상하게 왜 자질이 평범한
단빈에게 무공을 전수하고

단예한테 전수하지 않았지?

난 단경뢰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겠나?

 

그 해답은 어렵지 앟아

단예가 자기 친아들이
아니라는 걸 알았어

 

단예가 도망가버렸고..

난 절에가서 할 일이 많으니
가야겠네, 나중에 또 만나세

 

단부인이 죽기 전에 쓴
유서를 보고 싶지 않나?

그 유서를 어디서 찾아냈지?

내가 아니라.. 알다시피
사공적성은 도둑놈이잖아

이 곳을 구석구석 뒤져본 모양이야

 

단부인은 그래도 죽기 전에
모든 사연을 유서에 남겼어

단예의 진짜 신분도 이 유서에
자세히 적어놨어

 

날 놀리는 거야?

 

실토를 하시지! 네 무공은
단문의 것을 훔쳐 배운 거야

넌 단부인의 선생이었으며
또한 단예의 생부야!

 

그래, 내가 단문에 들어와
선생이 된 것은..

단경뢰의 무공비급을 얻기 위해서였지!

 

헌데 정아가 날 사랑하게 돼
서로 관계를 맺었고..

우린 후회한 적이 없어

그땐 예아가 내 혈육이란 걸 몰랐어

알았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
그들 모자를 데리고 떠났겠지

단경뢰는 처음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나 봐

그래서 단예를 싫어했어

허나 단예는 자질이 뛰어났고
검을 배우려는 열의가 강했어

 

단경뢰는 너와 단부인의 관계를
전혀 몰랐나보지?

물론이지! 알았다면
난 그때 죽었을 거야

난 정아와 떠나고 싶었지만
단경뢰를 당할 수 없었어

우연한 기회에 운부사의
보조대사를 만났지

난 무림에 이름을 떨칠
좋은 기회라 생각했어

고과화상은 늘 자비로운
사람으로 생각해 왔는데

속된 야망으로 가득 찬
비겁한 소인배였군

 

내가 운부사에 입문한 건
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야

 

단문의 검보은 마성이 너무 강했어

 

예아는 어려서 주화입마되어
결국 단경뢰 부자를 죽였어

 

난 운부사에 들어가..

불문의 힘을 빌려 단문 검법의
그 마성을 억제시키려 했던 거야

 

이젠 성공했어

 

무공도..

 

서문취설의 아내가 죽었을 때
상처를 자세히 살펴봤어

치명상이 검에 의한 게 아니더군

그를 죽인 것도 바로 너지?

그래, 예아가 무림에 나오는 걸
원치 않았지만

손수청은 서문취설더러
예아를 멀리하라고 했어

그럼 예아는 상처를 받게 되지

난 그런 여인을 살려둘 수가 없었어!

 

- 4계, 이간질을 해서..
- 그래!

그럼 아미파 자은사태도
네가 죽인 거냐?

 

그 미친 여승은 명문이랍시고..

아집으로 일관해 왔으며
늘 우리 운부사를 깔봤어

 

그러고도 뉘우칠 줄 모르니
죽어 마땅하지!

 

솔직히 말해 주지

내가 직접 죽인 게 아니라
예아를 시켜 죽였어

 

몇 년 전, 우연히 우숙을 만나
이곳에 와서 예아도 만났는데

단경뢰의 자식인 줄 알고
그자리에서 죽이려 했어

헌데 그렇게 죽이긴 아까웠어

생각 끝에 그의 마음을 다스려
살인 도구로 이용하기로 했지

정말 악랄하군

 

그런 악랄한 맘을 먹지 않았다면
내 친아들을 내가 죽일 뻔했어

 

그의 마음을 다스렸다는 것은..

30년 전 서역에서 들어온
"미심요술"이겠군

백 리 밖에서도 사람의 맘을
조종할 수 있다는데..

 

역시 견식이 넓군

6계는 주색이 포함되어 있는데..

그 죽여야 할 대상은
당연히 내가 되겠군

 

다들 육소봉이 똑똑하다는데
헛소문이 아니었군

너를 죽이는 것은
나에겐 통쾌한 일이지

 

너의 의문은 다 풀어줬으니..

이젠 내가 대답할 차례야
어떻게 날 의심하게 됐지?

 

네가 우숙을 죽였기 때문이지

 

우숙은 죽으면서 붉은 피로
고과라는 두 글자를 남겼어

 

범인은 바로 너야

아니야! 우숙을 죽이지 않았어

변명할 것 없어! 우숙은 5계
약속을 어긴 잘못을 범했어

단예를 잘 보살피지 못해서
그를 죽여버린 거야

난 그렇게 몰상식하지 않아

그를 죽이려고 했다면 예아를
다시 그에게 데려오지 않았어

너 같은 인간은 상식 밖의
일도 할 수 있겠지!

상식대로라면 대장간 식구
자은사태, 서문취설의 아내는

죽일 이유가 없겠지!

꼭 내가 죽였다고 우기면
내가 죽였다고 하지!

 

그래서 날 어쩌겠다는 거냐?

어쩔 수 없이 내 영서일지로
너의 절세무공과 겨뤄 봐야지

 

차에 독을 넣었군

 

그래, 귀한 차에 독을 타서
좀 아깝기는 하지만..

육소봉에겐 그 정도 대접은 해 줘야지

 

네가 주색을 밝히지 않고
똑똑하지 않았다면..

우린 어쩌면 오랫동안 친구가
될 수 있었을 거야

 

검을 쓸 수도 있지만..

그간의 우정을 생각해
편안히 죽게 해줄게

 

아미타불.. 여긴 웬일이지?

 

능청떨 것 없어

육소봉이 그랬어

석실에서 먼저 나온 사람이
바로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!

 

무슨 말인 지 모르겠어

다 알고 있어

방금 서문취설의 부인을
죽였다고 시인했잖아

 

그 차를 마시지 않았어?

 

널 의심하고 왔는데 왜 차를 마시겠어?

 

이 교활한 놈
아내를 위해 복수하겠다!

 

왜 말려?

서문취설은 도와줘도
전혀 고마워하지 않을 거야

 

그래, 서문취설에게 찍히면
아무리 달아나도 죽게 되어 있어

참, 넌 의리가 없는 친구야

고과를 의심하면서
왜 나한텐 말을 안 했어?

그땐 확신을 못했지

그리고 넌 입이 가벼운데
비밀을 누설하면 어떡해?

 

난 이번에 서문취설을 위해서
독차를 마시고 죽을 뻔했다구

 

고과가 널 독살할 수 있다면
지다성 육소봉이라 할 수 없지

 

괜찮아?

그 차가..

 

좀 빌려줘

 

밑 닦으라는 게 아니야

 

-단예, 단예.. 말 좀 해봐
-예아!

누구죠?

비켜!

 

예아, 예아

 

왜 내 친구를 괴롭혀?

 

예아, 난 네 아비야

헌데 왜..

아버지 얘긴 하지 마!

 

업보야..

난 아버지가 없어

난 그냥 버려진 애였어

 

아니야, 넌 아버지가 있어

아버지가 있다면 십 년 넘게
어둠속에서 살지 않았을 거야

 

줄곧 갇혀 살았어

밤과 낮, 춘하추동을 모르고 살았어

 

그래, 그건 내 잘못이야

 

내게 뭘 원하는 거야?

 

내가 불쌍해?

 

다 필요 없어

 

난 아버지도 없고 친구도 없었어

 

하지만 상관없어

 

하늘이 너무 무심했어
내게 선심 쓰는 척하지 마

 

나 혼자서도 잘 살아왔어

 

나더러 아들이 되어 달라고?

네 뜻대로 될 것 같아?
그건 어림도 없어

 

업보야.. 업보

 

난 한평생 너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 왔어

 

헌데 네 손에 죽게 되다니

 

예아, 내가 죽기 전에
아버지라고 불러줄 수..

 

난 아버지가 없어
난 아버지가 없다구!

 

내 검에 죽어야 돼!

 

왜이러는 거냐?

 

네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야
내 말을 좀 들어 봐

내 말을 듣고 나서 그를
죽이든 말든 맘대로 해

 

고과는 모든 걸 시인했어
그가 수청을 죽인 거야

 

고과는 단예 손에 죽었어

그에게는 가장 잔인한 죽음이야

단예는 그냥 살려 줘

 

그는 범인이 아니지만
다 그로 인해 생긴 일이야

그가 아니면 아내가 왜 죽었겠어?

 

잘 생각해봐, 단예는 비참하게 살아왔어

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버림 받고..

십여 년을 갇혀 살았어

자기 손으로 친아버질 죽였고
그저 친구를 원했을 뿐이야

따지고 보면 나쁜 짓들은 다
그의 생부가 저지른 거야

생부를 직접 죽였고 그의 운명은 기구해

지금 저렇게 미쳐있는데
정말 죽여버릴 거야?

죽여봤자 마음이 후련하지 않을 거야

전엔 그가 날 죽이려 했어

그렇다고 내가 미친 자에게
원한을 품을 수 있겠어?

보라구, 옹졸한 좀도둑도
저렇게 아량을 보여주는데

왜 고집을 부리지?

내가 왜 옹졸하다는 거야?
날 좀 달리 평가해줄 수 없어?

 

그를 죽여봤자, 저승길에
원귀만 하나 더 늘 뿐이야

 

잘 생각해 봐

 

자, 어서 먹어

 

너밖에 의지할 데가 없군

 

할아버지도 저승에서
소장주를 걱정하고 있을 거야

좋은 분이었는데 그렇게
돌아가신 게 안타까워

우리 집안이 전생에
단문에 빚을 졌나 봐

내가 떠나면 둘만 남게 될 텐데..

일이 생기면 찾아와 도와줄 테니까

 

수청도 저승에서 알면
네가 잘했다고 할거야

 

가자

 

고과는 다 시인했어

 

대장간 일가와 손수청을 자기가 죽였다고..

 

헌데 왜 우숙은 죽이지 않았다고 했지?

 

우숙은 죽으면서 고과라는 글을 남겼는데

고과는 왜 그 사실을 시인하지 않지? 왜..

 

아뿔싸!

 

안 돼!

 

네가..

 

왜 단예를 죽이려 하지?

 

알았어, 나 때문에..

 

무슨 짓이야? 단예가 없어도
널 좋아하지 않아

 

그래, 널 좋아하지만 그 때문에
살인을 하진 않아

그럼..

단문과 우리 집안은 불구대천의 원수야

 

너..

단경뢰는 내 아버질 죽였어
단문 식구는 다 죽어야 돼!

 

그건 다 지난 일이잖아

지난 일이라고 다 잊으라는 거야?

 

할아버지도 단문 사람인데 그럼..

 

그래!

 

저런 개 같은 인간을
키워준 게 잘못이었어

그럴 죽이면 안 돼

상관하지 마!

 

육소봉, 네가 어떻게..

내 생각대로 우숙을 죽였군

이럴 줄 알고 내가 일찌감치
단예를 따돌렸다

네가 어떻게 알았지?

그건 네가 실수했기 때문이야

바닷가에서 있었던 일을 잊었냐?

 

석동에 갔을 때 나도 좀 경솔했어

그때 깊게 생각했더라면
이미 눈치챘을 텐데..

 

넌 교활하게 고과화상을
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했어

그래서 일부러 고과라는 글을 써놨지

 

진짜 살인자는 바로 너였던 거야

 

우숙의 시신을 서둘러 묻은 것도..

소봉이 의심할까봐 그런 거야

그것도 널 의심하게 만든 이유지

 

역시 육소봉답군, 하지만 넌
아는 게 너무 많아!

 

단예를 놔주면 살려주겠다

그 놈은 죽어야 돼!

 

소봉은 내 손에 있어

날 죽이면 소봉과 죽음을 같이 할 거다!

 

1계, 조상을 잊는 것!

2계, 뉘우치지 않는 것!

3계, 참견하는 것!

4계, 이간질하는 것!

5계, 약속을 어기는 것!

6계, 주색탐욕!

7계, 연약한 여자를 괴롭히면 죽어야 돼!

받아라!

 

슬퍼하지 마

 

자업자득이야

 

내가 없더라도 꿋꿋하게 살아가야 돼

알았어

 

산서에 염청석이라는 명의가 있는데

단예의 병을 치료해줄 거야

 

헌데 그 명의는 워낙 떠돌기를 좋아해서..

아무튼 단예와 찾아가 봐
운이 좋으면 만날 거야

 

나도 그를 찾아볼 게

그럼 부탁해

 

날 다시 보러올 거야?

 

당연하지

 

강호에서 풍류를 즐기더라도
잊지 마..

널 좋아했던 소봉이 있었다는 걸..

그리고 적당히 즐겨야 돼

사나운 여자를 만나게 되면
그땐 뼈도 추리지 못할 거야

 

그래, 알았어

내 말을 명심해

 

그리고 나한테 진 빚도 꼭 갚아줘야 돼

알았어

 

16편 예고

 

모두 길을 비켜라

 

지친 것 같은데 여기서 며칠 쉬도록 해

 

앞에 객잔에서 쉬도록 한다

 

앞에 객잔에서 쉬도록 한다..

 

조정의 은자를 운반하는 표차를 강탈하다니..

죽고 싶어 환장했군!

 

은자를 찾지 못하면 우리가 죽을 거요

한 발 늦었군

죽엽청을 준비했는데 마시기도 전에 떠났소

잠깐, 석 달 후에 다시 올 거요

8월 중순쯤이 되겠지

할 말이 있으면 전해주겠소

 

그때가 되면 그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있소

무슨 일이요?

 

내 관을 들어달라고..

 

육소봉, 강호에서 물러나겠다고?

글쎄..